운전연수(내돈내산) - 마지막날 (빙구짓이 극에 달함)

2021. 11. 25. 11:44고군분투 초보운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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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11월달.. 운전으로 인한 심한 내적갈등이 끝이 없는 가운데 오늘은 그 극에 달았다.)

 

 

 

 

오늘은 운전연수 마지막 날.

시간을 더 연장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내 실력을 보면 시간을 더 신청해서 들어야 하겠지만.. 완벽한 혼운타임을 기대하고 연수를 받는다는건 한도 끝도 없을듯하다. (물론 계속 받다보면 나아지는건 확실..)

 

마지막 시간을 받아보고 결정해야지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장하지 않았다.

 

*참고로 선새님은 잘 가르쳐주셨음.. ,, 겁이 많아서 정면승부보고싶으시다는 분한텐 아주 딱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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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전 터프하게 하실껀가요?"

"그러고 싶지만.. 오늘은 어디 가나요" (사실 나는 오늘은 마지막날이기도 해서 내가 잘 가는곳(?) 위주로 진행할 줄 알았음) "

"강남역 주변 돌다 올겁니다"

"하... 이시간 (저녁 8시) 에 강남을요? 차가 되게 많을텐데요?"

"그러니까 가는거죠 오늘은 더 극한 상황으로 갑니다"

"네??? 네.."

 

 

 

 

 

역시나 우리집근처보다 도로도 넓고 퇴근길 차가 너무 많아서  나는 가는내내   악! 악! 왜요 왜요?? 아쒸..무서운데..를 쉬지않고 연발하며 개떨듯 갔고 ,, 끝없는겁+운전미숙으로 강남한복판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아대고(제뒤의 차주분들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와중 빵도 안날리시고 역시 돈많은 분들이 맘도 넓으신... ) ..

 

 

 

 

 

00대교(뭔대교인지도 모르겠다) 에서 끼어들기해야하는데 선생님은 한대 보내고 들어가라 나는 안된다 차가 바로 뒤에온다 하며 급기야 선생님의 짜증을 유발했다.. (사실.. 그동안 짜증안낸거 보면 보살이라 생각함 --;;..운전연수강사 극한직업 인정..)

 

 

너무 정신이 없으니까 깜박이 계속 안끄고.. 반대로 키고.. 급브레이크밟고.. 차선변경시 자꾸 전방주시 안하고..  도로위 폭탄이 따로없었다. 

돌아오는길에 뭔 동네인지는 모르겠지만 골목길+급경사로동네를 돌았다.  (이순간도 쉴새없이  어?어? 왜요? 왜요? 아..쒸.. 연발..)

 

뭐 하라고 할때마다 왜요왜요?를 언급하니 본인이 지금껏 가르쳤던 학생들중에서 지시했을때 왜요왜요? 라고 물어본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어이없어 하심..

(나의 왜요?는 왜 이걸시켜요? 라는의미가 아니라.. 다음 목적지를 가르쳐주지 않고 그냥 우회전 할껍니다.. 좌회전 할껍니다 깜박이 키세요. 라는 선새님의 지시에 어디를 가는데 좌회전하나요? 라는 함축적인 의미인 왜요였는데 기분이 별로 안좋으셨는듯... )

 

선새님은 급기야 나보고 계속 이러면 운전 못하실거 같다며.. 운전이 문제가 아니라. 멘탈관리를 먼저 하셔야할거 같다는 말을 하셨다.  --;; 

아무리 무서워도 입밖으로 계속 무섭다무섭다 하며 더 못한다.. 자신감을 가지고 할수있다라고 생각해야지.. 그리고 내가 너무 호들갑을 떠니까 본인이 더 정신이 없다고... 

알아요.. . 제가 선생님보다 얼핏 나이도 많고 그래도 살아온 짬밥이 있는데 왜 모르겠습니까??? .. 

 

하지만 내가 도로를 달리고 있으면 내 옆차선에서 다른차가 갑자기 튀어나올거 같다라는 공포가 사그라들지 않는걸 어떡하냐고요..  나도 이런 내가 싫다고요..--;;

 

 

 

 

 

강남역 나갔을때까지만 해도 '아..나는 10시간을 더 연장해야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집으로 오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운전미숙도 미숙이지만 이분말대로 운전의 겁을 없애는게 우선순위라 생각했다. 

옆에 선생님 태우고 20-30시간넘게 다니면 도움은 되겠지만.. 근본적 공포는 내가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극한상황까지 가보는거 보다는 익숙한 동네를 혼자 다니면서 친숙해지는게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익숙한 동네만 뱅뱅 돌다보면 선생님 말대로 운전실력이 빨리 늘지 않을수도 있고 그야말로 '김여사'로 보여질수 있겠지만, 내가 지금 당장 누굴 픽업하면서 다녀야 하는상황도 아니고 .. 출퇴근을 목적으로 운전할 생각은 없기에 나의 페이스대로 천천히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평소 겁이 많은 사람이긴 한데 운전에 대해 이정도로 겁이 많을꺼라고는 나도 처음 알았다. 

맨날 아.. 이 *같은 세상.. 다 쓸어버려야 해!! 라고는 하는데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한가보다 0.0

 

 

운전을 배우며 3달간 내적갈등이 무지하게 심했다..더구나 면허만 따면 일사천리 같았는데.. 그건 아니였다.

'운전하지말까?'

'누구나 다 운전하고 다니는데 못하는거 보면 나는 정말 상찌질이인가? '

'그래도 요즘같은 시대 운전은 필수잖아. 해보자!'

'돈들였는데 포기하면 아깝다!' 라는 생각과 

 

이나이 먹고도 내가 하기싫은거에 대한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내가 더 짜증이 났다. 

가장 나를 괴롭혔던 생각이..

 

'지금껏 시간과 돈이 들어갔는데.. 포기하면 너가 더 괴로울껄??? 그럼 자괴감안들겠냐? 진짜 바보 되는거지..'

 

인생은 선택과 결단의 연속인데 이런 별것도 아닌거(아니..별것도 아닌게 아닌거같은데..) .....죽고사는 문제도 아닌거에 생활에 피해를 줄 정도로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는 내가 너무 루저 같았다. 

내가 내 스스로를 닥달하지 못해서 안달난거 같고.. 그런내가 더 싫고.. 이건 뭐 누가 옆에서 쳐주지 않은한 땅꿀 파고 들어가게 생겼다.

 

 

그런의미로 다시 바닥난 자존감을 끌어올리기위해서는 내가 잘 할 수 있는걸  시작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정신차리고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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